AI에게 선택받는 브랜드 — 위임 경제

노진화 · 연구 노트 · 2026

소비자 구매 의사결정의 AI 위임과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전환

‘위임 경제’ 논의를 중심으로

소비자의 정보 탐색과 구매 의사결정 과정에서 AI 에이전트의 개입이 확대되고 있다. 다수의 판매 채널과 이용자 후기를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던 방식은, AI 에이전트가 정보 탐색과 타당성 검증을 대리하는 방식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행은 탐색과 구매의 주도권이 소비자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함을 의미하며,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전제를 변화시킨다. 정서적 설득을 넘어, 알고리즘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검증 가능한 근거가 요구된다.

1. 소비자 정보 탐색 방식의 변화

소비자의 정보 탐색 방식은 세 단계를 거쳐 변화해 왔다. 첫째 단계는 포털 검색 중심의 탐색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소비자는 포털 검색으로 제품 정보를 확인하였으며, 블로그와 커뮤니티의 제한된 후기 및 판매자가 제공한 정보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었다. 둘째 단계는 가격비교 서비스의 확산이다. 2000년대 후반 가격비교 사이트가 보급되면서 탐색의 기준이 가격과 사양 비교로 이동하였다. 셋째 단계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과 추천 알고리즘의 부상이다. 2010년대 후반 이후 플랫폼의 추천 기능, 영상 후기, 사회관계망 기반 정보가 평점 및 물류 요인과 결합하여 선택 기준을 재편하였다.

현 단계는 대화형 AI에 대한 위임으로 특징지어진다. 소비자는 검색어 입력 대신 자신의 조건과 맥락을 AI에 제시하고 맞춤형 추천을 요청하며, AI는 분산된 후기·가격·전문가 평가를 종합하여 요약의 형태로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탐색과 구매는 단일 플랫폼 내에서 통합된다. 상거래 기반 또한 정비되고 있다. 대화형 인터페이스 내 결제 기능이 도입되었고(OpenAI, 2025), AI 상거래 표준이 발표되었다(Google·Shopify, 2026). 다만 오픈AI의 대화창 내 결제 기능은 도입 약 5개월 만인 2026년 3월 철회되었다. 상거래 규격은 표준으로 존속하였으나 소비자 대면 기능은 지속되지 못하였으며, 이는 상거래 인프라의 정비와 실제 수용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IBM 기업가치연구소와 미국소매연맹의 공동 조사(2026)에 따르면 소비자의 45%가 구매 여정의 일부를 AI에 위임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네이버의 AI 요약 기능이 통합검색의 약 20%에 적용되었으며(2026년 2월 기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나아가 2026년 7월부터 네이버 AI 브리핑의 요약 지면에 광고가 도입되었다(네이버, 2026). AI 요약이 광고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광고 지면으로 편입한 것으로, 위임 레이어가 새로운 광고 지면으로 기능하기 시작하였음을 시사한다. 미국 성인 900명의 검색 로그를 분석한 연구(Pew Research Center, 2025)는 AI 요약이 제시된 검색에서 링크 클릭률이 15%에서 8%로 감소하였고, 요약 내 출처 링크의 클릭 비율이 1%에 불과함을 보고하였다. 이는 요약된 응답이 제공될 경우 원문 확인으로의 이동이 감소함을 의미한다.

2. 광고 반응 모형의 한계와 ‘위임 경제’

전통적 광고 이론은 인간의 주의(attention) 획득을 전제로 구성되었다. AIDMA 모형은 주의–흥미–욕구–기억–행동의 단계를, AISAS 모형(Dentsu)은 주의–흥미–검색–행동–공유의 순환을 제시하였다. 두 모형은 공통적으로 메시지 수신자를 인간으로 상정한다.

그러나 에이전틱 AI의 확산은 이 전제를 약화시킨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대상이 개별 소비자에서, 소비자를 대리하여 정보를 선별하는 AI 시스템으로 확장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을 겨냥한 수사에 반응하지 않고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준에 따라 정보를 처리하므로, 인간 수신자를 전제한 기존의 선형·순환 모형은 설명력이 제한된다. Cui와 van Esch(2026)는 이 전환을 ‘위임 경제(delegate economy)’로 개념화하고, 경쟁 우위의 원천이 인간의 주의 획득에서 기계에 의한 발견·판독 가능성, 곧 ‘알고리즘 충실도(algorithmic fidelity)’로 이동한다고 논의하였다. Scheibenreif와 Raskino(2023) 역시 구매의 실질적 결정 주체가 인간에서 기계로 이동할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3. AI의 브랜드 선별 기준

AI가 브랜드를 선별하는 기준은 실증적으로 검토되었다. Aggarwal 등(2024)은 1만 개 질의와 25개 영역을 대상으로 생성엔진 최적화(GEO) 실험을 수행하여, AI 응답에서 콘텐츠의 가시성을 제고하는 요인이 신뢰할 수 있는 인용, 구체적 통계, 출처 명시임을 확인하였다. 반면 전통적 검색 최적화의 핵심 기법인 키워드 반복은 유의한 효과가 없거나 부정적이었다. 평가적 수식어가 아니라 검증 가능한 정보—수치, 출처, 제3자 기록, 정보의 일관성—가 선별의 근거로 작동하는 것이다. 산업 영역에서도 생성형 AI 상의 브랜드 노출을 분석하는 최적화 서비스가 출시되었다(2026).

이러한 구조의 한 측면은 소비자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노진화(2026)는 소비자 316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AI 에이전트에 대한 신뢰가 브랜드 신뢰로 전이되며 신뢰의 축적이 선택 권한의 위임 의도로 이어짐을 확인하였다. 사용 의도와 위임 의도는 상이한 신뢰 경로를 통해 형성된다. 이는 권한을 위임받은 에이전트가 어떤 기준으로 브랜드를 선별하는가라는 후속 문제로 연결된다.

4.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의 요건

이상의 논의는 세 가지 실무적 요건을 제시한다.

첫째, 검증 가능한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제시이다. AI 응답에 채택되는 정보는 인용·통계·출처이므로, 평가적 수식어보다 재구매율·인증·보증 기간 등 확인 가능한 지표가 콘텐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둘째, 제3자 기록의 확보이다. AI는 브랜드의 자기 진술보다 언론 보도, 전문가 평가, 이용자 리뷰 등 외부 기록을 우선적으로 참조한다. 이는 대리자로서의 에이전트가 추천 오류의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검증된 정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셋째, 채널 간 정보 일관성의 확보이다. IBM·미국소매연맹 조사에서 브랜드 담당 임원의 54%가 데이터 일관성 문제를 지적하였다. 채널별 정보가 불일치할 경우, 다수 출처를 종합하는 AI는 신뢰도를 하향 조정하거나 임의의 값을 채택할 수 있다.

이 세 요건 위에서 서사적 요소의 기능은 유지된다. 최종 선택의 주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순서가 변화하였다. 후보군 진입은 검증 가능한 사실이, 최종 선택은 서사가 담당한다.

다만 이 요건들은 한 가지 단서를 전제한다. 생성엔진 최적화 연구가 확인한 것은 검증 가능한 정보 그 자체가 아니라, 인용·통계·출처의 형식을 갖춘 텍스트가 선별된다는 사실이다. 형식과 실질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Kumar와 Lakkaraju(2024)는 상품 페이지에 최적화된 문자열(strategic text sequence)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특정 상품이 대화형 모델의 최상위 추천에 오름을 실험적으로 보고하였다. 이는 언어 모델이 검증된 정보와 검증된 것처럼 보이는 형식을 항상 구분하지는 못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검증 가능한 사실의 제시는 필요조건이되 신뢰의 충분조건은 아니며, 형식적 신호가 조작될 가능성에 대한 제도적·기술적 대응이 함께 요구된다.

5. 소결

본 논의는 브랜드 경쟁의 핵심 자산이 주의 획득에서 측정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과장과 수사는 알고리즘 평가에서 정보 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우며, 실질적 성과·검증 가능한 기록·축적된 평판이 우선적으로 채택된다. 광고 반응 모형이 공백에 놓인 이 전환기에,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인간과 기계라는 이중의 수신자를 함께 고려하는 이원적 설계를 요청받는다.

한편 선택받는 것과 이득을 얻는 것은 구분된다. 앞서 인용한 퓨리서치센터(2025)의 분석에서 AI 요약 지면의 링크 클릭률은 15%에서 8%로 낮아졌고, 요약 내 출처 링크의 클릭 비율은 1%에 그쳤다. 브랜드가 AI에 선별되더라도 방문과 전환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며, 노출과 이득이 분리되는 국면이 나타난다. 선택된 이후 브랜드에 무엇이 남는가는 후속 논의의 과제로 남는다.

참고문헌

  1. IBM Institute for Business Value & National Retail Federation (2026). *Own the Agentic Commerce Experience.*
  2. Pew Research Center (2025). *Google users are less likely to click on links when an AI summary appears in the results.*
  3. Aggarwal, P., Murahari, V., Rajpurohit, T., Kalyan, A., Narasimhan, K., & Deshpande, A. (2024). GEO: Generative Engine Optimization. *Proceedings of the 30th ACM SIGKDD Conference.* https://doi.org/10.1145/3637528.3671900
  4. Cui, Y., & van Esch, P. (2026). The end of search as we know it: Only those chosen by AI agents will survive in the delegate economy. *Business Horizons, 69*(3), 407–418.
  5. Scheibenreif, D., & Raskino, M. (2023). *When Machines Become Customers.* Gartner.
  6. Kumar, A., & Lakkaraju, H. (2024). Manipulating Large Language Models to Increase Product Visibility. *arXiv preprint* arXiv:2404.07981. https://arxiv.org/abs/2404.07981
  7. 네이버 (2026). AI 브리핑 검색광고 도입.
  8. 노진화 (2026). AI 브랜드 에이전트의 기능적·관계적 단서가 AI 브랜드 에이전트 신뢰를 매개로 브랜드 신뢰, 브랜드 이용의도 및 권한위임의도에 미치는 영향: 기술 친숙도의 조절 역할. *광고PR실학연구, 19*(3), 93–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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